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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헤이븐] BM/배틀패스 리뷰 (2): 패스 보상의 배치, 그리고 '혜자와 창렬 사이의 딜레마'게임 분석/BM 관련 2023. 10. 12. 23:22
안녕하세요. 다시 워헤이븐 관련 포스팅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배틀패스 보상의 배치를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해서, 그 부분을 살펴봤어요.
먼저 프리시즌 월드패스 보상들을 유저 입장에서는 '잡템', '나름 괜찮은 템', '워너비 템' 같이 분류해볼 수 있겠는데요.
이걸 상품 티어라고 이름 짓고, A등급, B등급, C등급 세 등급으로 나눠봤어요.
티어를 나눈 기준은 워헤이븐에서 직접 나눈 등급을 참고했는데요.
두 가지 기준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아이템 등급이 낮을수록 티어가 낮음 (일반 < 고급 < 희귀 < 전설)
ⓑ무료로 배정된 아이템이 많을수록 티어가 낮음
이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해보니, 대강 이런 특징이 눈에 들어왔어요.
⑴ A등급: 의상, 무기, WP(캐시), 아바타
⑵ B등급: 프로필카드 꾸미기 아이템 일체
⑶ C등급: A, B등급 아이템을 제외한 스티커 및 소비재(경험치 부스트 등) 아이템 일체
이 등급에 따라, 과연 워헤이븐은 월드패스 각 레벨에 어떤 아이템들을 배치했는지 파악해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월드패스 10레벨마다 A티어 등급을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10, 20, 30, ... 100레벨 보상 중 A티어 보상이 배치되지 않는 곳은 오직 3구간이었습니다. (70%)
즉 10레벨 단위로 높은 티어 보상을 배치해, 중간중간 레벨업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또 매 10레벨(즉 1~10, 11~20, 21~30, ... 91~100)마다 A티어 보상이 얼마나 분포되었는지를 보면, 평균적으로 3~5개의 A티어 보상이 배치되었음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까지 더 열심히 달리게 만들려는 것인지, 마지막 구간(91~100)은 이례적으로 6개의 A티어 보상이 배치되었습니다.
다만 A티어 보상이 연속해서 나오기도 하고, 징검다리 식으로 나오기도 해서, A티어 보상의 '간격'에 관한 이렇다할 패턴을 발견할 수는 없었어요.
결론을 얘기하면, 두 가지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매 10레벨(10, 20, 30, 40, ... 100)마다 A티어 보상을 배치하여 중간 지점에서의 동기부여를 의도함
ⓑ마지막 구간(91~100)에 유독 A티어 보상을 밀도 높게 배치하여 최종 보상까지 도달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
그리고 월드패스 프리미엄 가격이 950WP이지만 이 월드패스에는 '100 WP' 아이템이 14개가 배치되었기 때문에, (다음 프리미엄 가격이 유사한 수준이라면) 이번 패스 구매해서 WP를 아끼면 다음 패스 프리미엄은 무료로 구매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는 특징이 있어요.
만약 유저들이 이 사실을 더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으면 구매 욕구가 한층 더 자극되었을텐데요.
"어 뭐야? 이거 한번 구매하면 다음 프리미엄부터는 사실상 공짜네!? 바로 사야지. 안 사면 손해네. 난 정말 현명한 소비자야. 우후훗."
저처럼 공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좋다고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을 거에요.
마트에서 원래 살 계획 없었던 물건도 갑자기 "70% 세일" 문구가 붙으면 그걸 구매하는 내가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걸 구매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워헤이븐 프리시즌 월드패스 진입 배너를 보면, 일반 프리미엄에 비해 프리미엄 + 25레벨 progression 구성이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하는 '가격 앵커링'이 잘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이 우측 상품에 더 매력을 느끼도록 잘 설계됐다고 봅니다. 구매 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워헤이븐 월드패스 진입 배너에는 한번 프리미엄을 해금하면 다음 프리미엄부터는 사실상 공짜라는 점을 강조하는 문구가 없었어요.
(숫자가 크게 써져 있어서 유저가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알아챌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보다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게 더 낫다고 봐요. 소비자가 뇌를 전혀 쓰지 않아도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더 좋은 UI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배틀패스가 이 점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몇몇 배틀패스는 이 점을 명확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음 프리미엄 패스를 구매하고도 450WP가 남을만큼의 WP를 줄 정도로 혜자라는 사실을 유저가 쉽게 인식하게 만들어 주면 더욱 'appealing'한 배너, 나아가 더욱 appealing한 상품이 될 듯합니다.
물론 제가 1탄에서 짚었던 것처럼, 지금 워헤이븐은 아직 얼리 액세스라 상품 풀이 적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구성으로 끝까지 가게되면 결국 두 가지 문제 사이에서 고통을 겪을 것 같은데요.
이를 인터넷 용어로 이렇게 부르고 싶네요.
배틀패스: 혜자와 창렬 사이의 딜레마
①혜자 문제(the Hye-ja Problem): 사람들이 이번 배틀패스를 구매한 후로, 배틀패스에서 지급받은 WP로 다음 프리미엄을 해금하고, 추가 과금을 하지 않음 (기타 상품 풀이 적고, 배틀패스 보상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추가 과금할 이유 X)
②창렬 문제(the Chang-ryeol Problem):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우리 배틀패스가 너무 혜자인가' 싶어서 혜택을 줄였다가, 사람들이 더이상 배틀패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창렬'이라며 프리미엄 배틀패스를 구매하지 않음
어떻게 이 '혜자와 창렬 사이의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더 공부를 해봐야겠지만, 현재 제 생각으로는 결국 효과적인 업셀링(Upselling) 체계의 구축이 최선의 답이라고 보여지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상품 풀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업셀링은 이미 상품을 구매한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추가/재판매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크로마 팩이 있어요.
크로마 팩은 유저가 지닌 스킨의 색깔을 바꾸는 추가 구매 상품인데요.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아니라, 오직 기존에 '수영장 파티 레오나' 스킨을 구매한 전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업셀링' 상품이죠.
수영장 파티 레오나 스킨을 구매한 사람이 다시 '수영장 파티 레오나: 크로마 팩'을 구매하면, 저렇게 색깔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겁니다.
저는 이런 '업셀링' 상품들이 배틀패스와 궁합이 매우 잘 맞을 것이라 보는 입장인데요.
그 이유는 아래 시나리오에 있어요.
⑴ 배틀패스가 혜자라면, 대부분의 유저가 배틀패스 프리미엄을 매 시즌 계속해서 (최초 과금 후부터 계속 무료로) 해금하려고 할 것이다.
⑵ 결국 대부분 유저가 프리미엄 배틀패스를 해금하여 프리미엄 보상들을 모두 획득할 것이고, 그 결과 배틀패스 보상으로 지급하는 코스튬 아이템의 '희소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쉽게 말해, 인게임에 들어갔더니 '어, 너두 그 스킨?', '어, 나두 그 스킨!'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⑶ 이런 상황이라면 모든 유저가 프리미엄 배틀패스를 계속 해금은 하되(손해볼 게 없으므로), 타 유저와 자신의 모습을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을 찾고 싶을 것이다.
⑷ 따라서 배틀패스가 혜자인 경우, 이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업셀링 상품의 수요는 높을 것이다.
⑸ 결과적으로, 기존에 배틀패스 프리미엄 보상을 획득한 사람들이 추가 구매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코스튬 아이템을 차별화할 수 있는 업셀링 아이템을 판매하면, ⒜사람들이 다음 프리미엄 해금에 쓸 WP를 다른 데 쓰고 싶어진다(즉 WP 소모처 다양화) ⒝혹은 추가 결제를 통해 WP를 충전해 업셀링 상품을 구매한다 두 가지 결과가 유도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잘 파고든 게 바로 발로란트 아닐까 싶어요.
이건 리그 오브 레전드의 크로마팩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업셀링 아이템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아이디어가 아주 참신하고, 또 매출에도 유효한 전략으로 보여요.
웬만한 스킨은 배틀패스로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추가 효과를 판매해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 인게임 상황에서 클러치에 성공하거나 하면 특별한 시각 효과가 나타나 자신을 뽐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추가 구매 상품입니다.
또, 아래 영상을 보면 현재 오버워치2에도 이 '업셀링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알 수 있어요.
영상의 메인 주제는 '한정판이라고 해놓고 왜 재판매함?'이지만, 영상 내용 중에는 "차라리 이미 스킨이 있는 사람들이 추가 구매를 통해 스킨을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담겨 있어요.
이를 통해 배틀패스 및 코스튬 중심의 BM이 코스튬 업셀링 체계와 궁합이 잘 맞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워헤이븐에 이런 업셀링 상품이 도입될까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지금까지 워헤이븐 프리시즌 월드패스 보상 배치, 그리고 앞으로 워헤이븐이 겪게 될 수도 있는 '배틀패스: 혜자와 창렬 사이의 딜레마'라는 문제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한 가지 해결법을 제시해보았어요.
다음에는 배틀패스의 '미션 구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데요. 이건 여러 게임을 두루 해봐야 해서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겠네요.
특히 해외 유저들이 배틀패스 관련 유튜브 영상에 'Deep Rock Galactic'이라는 게임의 배틀패스 칭찬 댓글을 많이 달아놓아서요. 한번 이 게임을 구매해서 플레이해보고 오버워치2, 발로란트 등 여러 게임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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