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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기업분석게임 산업 2023. 6. 13. 04:05
오늘은 엔씨소프트 기업 분석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2018~2022년 영업수익 추이를 보면, 매출 규모는 2021년 잠시 주춤했으나 계속 증가해왔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리니지M을 시작으로 2019년 리니지2M, 2021년 리니지W가 연달아 대박을 터트리면서 매출이 2조원 대로 껑충 뛰었다.
2020~2022년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물론 크로스플랫폼이지만) 모바일 게임이 대략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2020, 2021년 각각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이 약 80%, 75%였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아마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등 초장기 서비스 중인 PC 게임들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위 그래프를 유심히 보면, 사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2020~2022년에 걸쳐 매출 규모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리니지W가 이를 보완하면서 전체 매출 규모가 상승하긴 했지만, 게임은 수명이 오래될수록 자연스럽게 '노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에 리니지 삼형제 IP들의 매출은 당연히 하향 안정화될 것이고, 결국 매출 성장률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 즉, 다시 말해 현재 국내 매출은 매우 견조하지만 초장기 서비스 중인 기존 PC 게임들은 이미 너무 늙었고, 모바일 게임들도 노화를 피할 수 없으니, 다시 새로운 흥행 IP가 나와야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해외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을 향후 목표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게임사로의 더 확고한 도약"을 목표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플랫폼 다변화 및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최근 '프로젝트M', '프로젝트LLL', '배틀크러쉬' 등 '리니지라이크'와는 거리가 먼 신규 IP들을 소개했다. 또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쓰론 앤 리버티'를 소개하기도 했다. 2022년 국내/해외 매출 비중을 보았을 때,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엔씨소프트는 국내에서는 리니지 삼형제라는 캐시카우에 더해 해외 매출로 인한 엄청난 성장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있고, 또 참신하고 다양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미지 쇄신 효과까지 덤으로 거둘 수도 있다.
나름대로 엔씨소프트의 SWOT 분석을 해보았는데, 아직까지 위에서 설명한 바는 가정일 뿐이며, 여전히 산 넘어 산인 듯하다. 위에서 말한 부분은 기회(O)에 해당하는데, 기존에 엔씨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강점(S)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리니지 삼형제의 성공 그 자체가 위협(T)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해외 유저의 성향은 분명 다른 부분이 있고, 특히 콘솔 유저라면 더더욱 심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워낙 성공적인 경험을 했다보니, 이 노하우를 버리지 못하고 지나치게 그것에 의존해 해외 반응이 냉담할 수도 있다. 부디 '트릭스터M', '블레이드&소울 2'의 전철을 해외에서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나이트크로우, 아키에이지워 등 타겟 소비층이 겹치는 경쟁작이 많이 출시되었고, 매출도 준수하게 나오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목표로 삼은 "글로벌 게임사로의 더 확고한 도약"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티저를 보고 나름 기대했던 해외 유저들은 인게임 플레이를 경험한 후 실망을 금치 못했다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려는 첫 움직임이 TL이었는데, 길이 멀고 험난해 보인다. 해외 유저들의 반응은 대체로 극악이었다. 댓글도 살펴보았는데, 가장 많이 보이는 의견은 "TL에는 '자유'가 빠져있다(There is no 'Libery' in 'Throne and Liberty')."라는 내용이다. 이는 '자유도가 떨어지는 단조로운 전투/사냥 방식'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타겟팅 기반 전투까지는 이해할만한데 이동 공격조차 안되는 건 너무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는 TL의 전투/사냥 방식이 이런 형태가 된 이유는 '대규모 공성전'의 전투 경험과 일반적인 전투 경험 사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음. 바꿔 말하면, 제작자들은 대규모 공성전을 염두에 두고 일반 사냥 및 PvP까지 전투 방식을 거기에 맞춰서 제작했으나, 테스터들 대다수는 그 컨텐츠까지 즐기지 못한 채 (공성전을 염두에 둔 매우 단조로운 전투 방식으로 인해 더욱 악랄해진) Grind 구간에서 나가떨어져 버렸던 것 아닐까. 제작자들은 나름 배려한답시고 Grind 구간을 조금 수월하게 넘길 수 있도록 '자동사냥'과 '무접속 플레이'를 아주 선심을 써서(?) 제공해주었으나, 이게 오히려 PC/콘솔 유저를 공략한다는 게임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이럴 거면 그냥 모바일로 내라"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 같다.
누가 총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은 시간 동안 주요 타겟층을 명확히하고,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과감히 버려야하지 않을까.
내가 오늘 공부한 BA(Business Analysis) 핵심 내용 중 하나가 떠오른다. BA는 부족한 부분(Needs)을 발견/정의하고, 실행 가능한 솔루션을 제안하며, 그 과정에서 그에 걸맞는 조직적 변화를 야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TL의 실패(?)를 보면서 굉장히 의아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미 '길드워 2'로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아레나넷'이 NC West에 버젓이 있는데 왜 TL은 이렇게 나왔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엄연히 말해 서로 다른 프로젝트니까 같은 '엔씨소프트'에 속해 있더라도 남남처럼 지낼 것이라 짐작은 되지만... 그래도 기왕 북미/유럽 시장을 전략적으로 노리는 마당에 이를 훌륭히 해내고 있던 아레나넷의 노하우를 살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이미 떡락한 민심, 엔씨소프트에서 갑자기 "이제부터 출시 전까지 아레나넷에게 전체 디렉팅 맡기고 대대적으로 수정한다" 발표하고 민심을 단번에 회복하는 재미난 상상을 해본다.
대규모 공성전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 왜 전투가 단순해져야 하는지는 '중년게이머 김실장' 채널에서 잘 설명해주었다. 렉, 스킬 쿨 계산 불가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 대규모 공성전은 개개인이 뛰어난 피지컬로 무쌍을 찍는 게 핵심 재미가 아니고, 혈맹/연합 단위로 진영과 전략을 짜서 어떤 통로/공간을 집중 수비/공격하는 게 핵심 재미이기 때문에 전투가 단조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은 왜 엔씨소프트는 유독 중국 시장을 공략하지 못했을까(아니면, 혹시 '안'했나?)이다. 크래프톤의 경우 아마 중국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和平精英'이 엄청난 매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판단된다. 그만큼 게임사에게 중국 시장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중국 게이머들은 게임ETF 동방재부(东方财富) 칼럼 「全球游戏产业研究专题之一——韩国篇:规模全球第4!是如何炼成的?([글로벌 게임 산업 연구 1] 한국 편: 세계 4위 규모! 그들은 어떻게 성장했을까?)」에서 직접 "중국 게임의 발전은 한국과 유사한 데가 많다. 예를 들면 게이머들이 헤비한 MMORPG와 PVP 시스템을 좋아하고, 과금 의지가 강하며,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고 콘솔 게임은 약세를 보였으며, 모바일 게임 규모가 PC와 콘솔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점이다"라고 평가했을 만큼 한국 게이머와 성향이 유사하다. 그런데 바로 그 "헤비한 MMORPG"의 대부 엔씨소프트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않았)다니, 아이러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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